기다리는 사람에게
나는 마음을 숨기는 데에는 영 소질이 없습니다. 거짓말도 잘 못하고 놀래켜주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며칠 밤을 꾹 참는 일에도 성공해본 적이 없어요. 마음은 늘 새어나오곤 했습니다. 사람들은 그건 대부분 나를 지는 편에 세우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이기고 지는 게 무엇인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저 져도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흘렀습니다. 나는 어쩐지 늘 기다리는 마음이 되었습니다. 무엇을 기다리는지 모르면서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나는 얼마나 고민해서 단어를 선택했는지 단번에 눈치채는 사람에게 내 글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재미있고 지겨운 일 무섭고 그리운 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살아가기 위해 뒤집어쓴 가면 뒤편의 얼굴을 기꺼이 보여주고 보고 싶었어요. 그날처럼 오래 산책을 하고 느닷없이 전화를 받아도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시간은 계속 흘러갔습니다. 나는 이제야 지는 것이 무엇인지를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나는 져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마음만큼은 그 모양 그대로 간직하고 싶었습니다. 기다려온 사람과 기다릴 사람과 기다림을 잊을 사람 모두에게 그 편이 더 좋겠지요. 간직한 것을 함께 꺼내어볼 날이 와도 즐겁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