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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과 관련된 여러가지 생각 1

엄마랑 전화할 때마다 매번 똑같은 질문을 받는다. 논문은 어떻게 쓰고 있니 그리고 취업 준비는 하고 있니. 별로 대수롭지 않게 던지는 말에 매번 찌릿하는 걸 보아하니 내 안에 켕기는 게 있는 모양이다. 나는 취업을 하고 싶나? 취업을 하고 싶지 않나? 그와 관련된 여러가지 생각들.

  1. 정말로 일을 하고 싶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멋진 이름이 붙거나 큰 돈을 벌지 못하는 일이어도 정말로 상관 없다. 대신 '너는 어떤 일을 해?'라는 단순한 질문에 꽤 명쾌한 답변을 하는 사람이고 싶다.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이라는 클래식한 기준을 끌어와보면 월 200시간 이상, 연 2500시간 이상을 어떤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는 말인데 내 인생에서 나의 일을 갖고 있다는 것은 사실 그 자체로 큰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2. 정말로 취업도 하고 싶다. 지루해 보이는 9-to-6의 오피스 라이프와 사실 잘 맞는다는 걸 안다. 나는 어느 정도 구조가 있어야 그것을 지겨워하면서도 그 안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이다. 디지털 노마드로도 얼마간 지내보면서 그것이 주는 완전한 자유로움의 뒷면에는 연결되어 있지만 연결되어 있지 않은 끝없는 고립감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도 나는 일 년에 한 번은 한국에 가야하는 사람이니까, 보통은 사무실에 출근하고 필요할 때 재택근무도 할 수 있으면 가장 좋을 것 같다. (한편 아직 체험해보지 않은 판타지 같은 요소가 하나 남아있는데 그건 바로 해외출장!)

  3. 매일 링크드인을 열심히 들여다 보지만 선뜻 손가락이 '지원' 버튼으로 다가가지 않는다. 어떤 직무를 봐도 그 이름을 달고 있는 내 모습이 도통 그려지지 않는다. 나와 맞지 않는 틀에 나도 들어갈 수 있다고, 자꾸만 스스로를 우겨넣으려 하고 있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어딘가 잘못된 것 같은 느낌. 내 직감에 귀를 기울이는 게 맞을까? 아니면 무의식 중에 어떤 것을 두려워하느라, 피하느라 이런 기분이 드는 건 아닐까? 아직 스스로에게 충분히 솔직하지 못한 것 같다.

  4. 만약 나의 동거인이 지금처럼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하지 않았다면 또는 가족들이 나에게 생계의 일부를 의지하고 있다면 '나에게 맞고 안 맞고' 같은 고민들은 모두 존재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배부른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어지는 순간이다. 남자친구와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특히 직장을 그만두고 대학원 공부를 시작하면서 '나'의 경제가 아닌 '우리'의 경제로 개념 자체가 이동하는 상황을 한 차례 겪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언제나 경제적 자립은 나를 나로 살게 하는 데 가장 현실적인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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