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그거 어떻게 하는 건가요
사실 다이어트를 마음 먹고 해 본 적이 없다. 이십대 초반까지는 크게 몸무게나 몸매에 신경쓰지 않고도 꽤 한결같이 '모태마름' 상태를 유지했다. 100% 순전히 엄마의 공이다. 초등학생 때는 발레를 했고 이후에는 요가원에 꾸준히 다녔다. 고등학생 때는 시간을 내서 운동을 하지는 못했고 친구들과 저녁 먹고 운동장을 빙빙 돌거나 이따금씩 교실 뒤에서 다같이 스쿼트를 했다. 직접적인 효과를 줄 만한 빈도나 강도는 아니었어도 내내 앉아만 있는 수험생 기간에 마냥 웃기고 재미있는 우리만의 체력 기르기 시간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돌아보면 어릴 때부터 차곡차곡 기초대사량을 늘려왔던 것이 이십대 초반까지도 가장 유효하게 작용했던 것 같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는 활동량이 너무 많아서 늘 지친 상태로 집에 돌아왔던 기억이 난다. 사부작거리며 사람을 만나고 어딜 찾아가고 하는 일이 많았다. 캠퍼스가 끝없는 오르막에 위치해 있었던 것도 한 몫 했다. 지금 생각해봐도 15분만에 사회관에서 인문관까지 뛰어 내려가고 반대로 인문관에서 국제관까지 뛰어 올라오는 일을 어떻게 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심지어 종종 굽 있는 구두도 신고 다녔다). 집에서는 종종 홈트레이닝을 했다. 기초체력이 확실히 높았구나 싶은 것이 당시에 유행하던 클로이팅 루틴을 별로 힘들이지 않고 가뿐하게 해내곤 했다. 지금은 너무 힘들어서 헥헥거린다. 나도 빼박 삼십대가 된 것이다..
가장 말랐던 시기에 교환학생을 갔고 2021년 스페인으로 이주해 오면서 살이 천천히 야금야금 조금씩 쪘다. 여러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일단 나이를 먹으면서 기초체력도 기초대사량도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고, 첫 1-2년은 아직 스페인 음식에도 내가 직접 요리하는 일에도 충분히 익숙해지지 못했기에 식사패턴이 불규칙했다. 어쩌다 입에 맞는 음식을 발견하게 되면 폭식하는 일이 생겼다. 먹는 양 자체가 꾸준하게 많은 적은 있었어도 폭식은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몇 번 그런 일을 마주하고서는 이게 단박에 심리적인 문제라는 걸 눈치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운동을 정말이지 꾸준히 했다. 살이 조금씩 찌고 있다는 것도 당연히 알고 있었고, 가만 있어서는 체력이 늘어날 수 없다는 걸 체감하기도 했으며, 무엇보다도 내 시간과 돈을 들여서 나에게 남는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좋았다. 바레와 필라테스, 라그리 세션을 들으러 다녔고 퍼스널 트레이닝 샵에서 그룹 PT를 받기도 했다. 첫날에는 1km도 채 달리지 못했지만 이제 10km를 거뜬히 달릴 수 있게 되었다.
어찌 되었던 결론은.. 지난 6년간 8kg 가까이 몸무게가 늘었다. 딱 이 선에서 운동을 해도 하지 않아도, 먹는 걸 늘이거나 줄여도 변하지 않는 상황. 흔히 말하는 세트 포인트가 여기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도 조급하지 않았던 것은 1) 원래도 외모 강박이 크게 없었고 2) 스페인에서 살면서 마주하게 된 더 다양한 사람들의 몸이 일종의 자유로움을 더해 주었고 3) 엄청난 근력과 운동 수행성을 가진 여성들을 동경하면서 마른 몸보다 건강한 몸, 가동성이 좋은 몸이라는 다른 이상을 그리게 되었고 4) 무엇보다도 대부분의 옷에 아직 몸이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오늘 왜 다이어트와 몸매 관리에 관한 일기를 쓰는가 하면.. 결혼식이 50일 가량 남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강박이 없을지언정 결혼식 때만큼은 나도 더 예뻐 보이고 싶기 마련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4kg 정도만 빠지면 좋을 것 같은데. 다이어트, 그거 뭐 어떻게 하는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