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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0일 일기 | 인스타그램 떠날 수 있을까, 재취준 (아마도) 시작

인스타그램 떠날 수 있을까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 인스타그램, 유튜브 그리고 네이버 블로그 앱을 삭제했다. 노트북으로는 언제든 접속 가능하지만 앱과 웹 사이의 디자인 구조 차이 때문인지 스마트폰에 비하면 통제가 한결 쉽다는 걸 느꼈다. 손바닥만한 스마트폰이 일상의 너무 많은 시간을 잡아먹고 있어서 알림 볼륨을 크게 맞춰두고 최대한 멀리해보자는 마음이다. 앱 중에서는 단연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지는 사실 꽤 된 것 같은데 쉽사리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고 있다. 조금씩 멀어지기를 연습하면서 인스타그램을 쉽게 떠나지 못하게 만드는 요소들을 대체할 방법을 찾아가고 싶다.

이를테면 한국이건 스페인이건 대부분의 지인들과 옅게나마 계속해서 관계를 유지하는 데 인스타그램이 많은 공헌을 한다는 점. 서로 이따금씩 올리는 포스트를 확인하고 디엠으로 안부를 묻는 일들 덕분에 지난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마드리드에서 밥 한 번 먹자!' 같은 근사한 일들을 몇 번이나 할 수 있었다. 또 전화번호를 주고받는 일이 드물어지면서 이 플랫폼을 무작정 떠나버리면 오직 디엠으로만 대화를 주고받던 지인들을 통째로 잃어버리는 일이 생기게 될 확률이 높다. 인스타그램을 떠나는 것에 대한 reddit 포스트를 훑어보면 대부분 '제 친구들이 모두 이곳에 있어서 떠나기 어려워요' 같은 내용을 포함하는데 댓글에서는 미리 다른 의사소통 수단을 제공해라, 진짜 대화 없이 스토리나 포스트만 스치듯 확인하는 관계는 진짜 우정이라고 볼 수 없다 등 결국 문제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다수이긴 하다. 끊임없는 스토리로 일상을 속속들이 꿰고 있는 친구나 지인일지라도 정말 기쁘거나 슬픈 일을 가장 먼저 얘기할 것 같지는 않은 게 사실이기도 하고.

다음으로는 크기나 종류와 관계없이 거의 99%의 브랜드가 인스타그램으로 정보를 공유한다는 점. 패션 브랜드의 여름 세일 소식이나 식당이나 빵집의 휴무 알림, 좋아하는 책방에서 진행하는 워크숍 소식, 관심 있는 레지던지 프로그램 지원 일정 등 종류도 다양하다. 차라리 거대 브랜드라면 뉴스레터 같은 여러 가지 채널을 운영할 여건이 되지만 오히려 더 마음이 많이 가는 작은 브랜드에게는 거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유일무이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진짜 확인해보긴 했나?) 여기에 종종 알고리즘 덕분에 알게 되는 콘텐츠와 정보들을 더해야 할까 싶다가도 그걸 저장이나 스크린 캡쳐해두고 몇번이나 다시 돌아가 확인했는지, 진짜로 내 삶의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윤택하게 했는지 고민해보면 대부분은 아니라고 답할 수 밖에 없다.

재취준 (아마도) 시작

'앞으로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는 걸, 그리고 제자리에 앉아서 고민한 해서는 아무런 답도 얻지 못한다는 걸 인정하고 일단 재취준 그 언저리에 다시 서보기로 했다. 참 얄궃은 게 직장인일 때는 창밖을 바라보면서 하루 중 가장 좋은 시간대의 대부분을 이 조그마한 사무실에서 조그마한 랩탑 화면만 쳐다보고 있는 걸 억울해하곤 했는데 또 정작 직장인 타이틀을 벗고 24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되자 그것대로 공허하고 답답하고 우울한 기분이 든다. 지켜도 지키지 않아도 그만인 루틴, 결혼과 출산을 계획하게 되면서 이렇게 쳐져 있다가는 계속 집에 있게 될지 모른다는 현실적인 섬뜩함, 다시 해외취업을 준비해야한다는 막막함, AI시대에 포지션 전환을 시도하면서 계속 마주하는 '난 안될 거야' 같은 자기불신 같은 것들에 한껏 둘러싸인 느낌. 언제부턴가 남자친구가 묻는 거의 대부분의 질문에 'Me da igual' 그러니까 '다 괜찮아', '다 똑같아'라는 재미없고 주관없는 대답만 하는 내가 보였다. 습관적으로 그렇게 내뱉는 내가 너무 싫었다. 나의 긍정과 주관을 다시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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